뇌는 성격이 아니라 비용을 따져요
문서를 열려고 해도 도저히 손이 가지 않을 때, 의지력의 문제처럼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실험 결과는 다르게 보여요. 사람은 노력을 비용으로 보고, 보상의 가치에서 그 비용을 빼요. 일이 짧으면 같은 보상도 더 기꺼이 선택해요. ‘하기 싫어’라는 말은 대개 ‘얻는 것에 비해 너무 비싸’라는 뜻이에요.
그래서 같은 사람이 보고서 앞에서는 ‘게으르면서’ 자전거 수리에는 전혀 게으르지 않을 수 있어요. 게으름은 진단명이 아니라 증상이에요. 원인을 엄격하게 분류할 수는 없지만, 실제로는 3가지로 나누어 보는 게 편리해요. 느낌은 거의 구별되지 않고요. 첫째는 높은 진입 비용이에요. 과제가 어려운 게 아니라 너무 번거롭고,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모호한 경우예요. 뇌는 전체 작업이 아니라 첫 단계를 평가하는데, 그 단계가 실제보다 더 비싸게 느껴져요. 둘째는 낮은 기대감이에요. 잘될 거라고 믿지 못해서 노력이 미리 헛수고처럼 느껴지고, 손은 결과가 보장된 쪽으로 향해요. 셋째는 불쾌한 감정이에요. 문제는 과제가 아니라 그 과제와 함께 따라오는 감정이에요. 지루함, 이전 버전에 대한 부끄러움, 평가받을까 하는 두려움 같은 감정이죠. 일을 피하는 게 아니라 그 느낌을 피하는 거예요.
이 차이가 중요한 이유는 대처법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진입 비용이 높다면 첫 단계를 줄여야 해요. 기대감이 낮다면 먼저 해낼 수 있다는 증거를 스스로 되찾아야 해요. 감정이 문제라면 감정을 다뤄야 하고요. 이때는 규율을 강조해도 소용없어요.
미루기는 지금은 기분 좋고 나중에는 힘든 이유
이 습관이 오래가는 이유를 잘 설명해 주는 관점이 있어요. 미루기는 바로 지금 기분을 회복해 주거든요. 과제 탭을 닫는 순간 불쾌한 감정이 사라지고, 뇌는 ‘효과가 있었어’라고 기억해요. 1시간 뒤에 상황이 더 나빠질 거라는 사실은 계산에 들어오지 않아요.
안도감
기분, 과제를 미루면 1시간 동안 나아졌다가 이후 더 나빠짐
잘 알려진 한 연구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미룬 학생들은 학기 초에는 더 편안하게 지냈지만 학기 말에는 스트레스와 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일이 더 많았어요. 하나의 표본에 불과하지만 익숙한 양상이죠. 얻는 것은 작고 즉시 오지만, 대가는 나중에 찾아와요.
휴식과 회피는 똑같아 보여요
여기서 큰 혼란이 생겨요. 휴대폰을 들고 누워 있는데, 내가 쉬는 건지 숨는 건지 알 수 없는 거예요. 자세는 같지만 둘은 정반대예요. 30분 뒤에 무엇이 남아 있는지를 보면 구별할 수 있어요.
스스로 선택했고 언제 끝날지도 알아요. 30분 뒤에는 여유가 더 생기고, 과제는 그대로 있으며, 마음은 차분해요.
저절로 시작됐고 끝이 없어요. 30분 뒤에도 에너지가 그대로거나 줄어 있고, 과제는 더 커졌으며, 마음 한편에는 불안이 깔려 있어요.
과제가 너무 번거롭게 느껴질 때 도움이 되는 것은?
30분 뒤 휴식과 회피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출처
- 동기를 ‘노력과 보상의 비교’로 보는 모델과, 기분을 회복하기 위한 방식으로서의 미루기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함 (Sirois & Pychyl, 2013)
- 학생 데이터는 Tice & Baumeister, 1997
“게으름과 동기 부여” 시리즈 다음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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