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읽고, 그다음에 써요
공개 프로필에는 사진만 있는 게 아니에요. 사는 도시, 직장, 지난주 휴가, 반려견 이름, 동창의 댓글에 나온 학교 이름, 믿고 지내는 사람들의 관계까지 드러나요. 계정이 비공개일 수도 있어요. 그러면 전체 그림이 좁아질 뿐, 사라지지는 않아요. 정보의 일부는 내 프로필 밖에 있으니까요. 친구가 올린 사진은 공개되어 있고, 사진 설명에는 언제, 어디서, 누구와 있었는지가 나와요. 다른 사람의 게시물에 단 댓글은 모두에게 보이고, 대화 중에 동료의 이름이나 학교 이름이 드러나기도 해요. 채팅방 참여자, 행사 참석자, 팔로우 목록도 공개된 목록에 남아요. 각각의 정보만 보면 무해해요. 하지만 함께 모이면 바로 연락해도 될 만한 그럴듯한 구실이 돼요.
그래서 설득력 있는 메시지는 거의 부탁으로 시작하지 않아요. 먼저 친숙한 분위기를 만들죠. 동료의 이름을 언급하거나, 여행 이야기를 꺼내거나, 익숙한 세부 정보를 덧붙이는 식이에요. 이런 친숙함은 ‘대체 누구지?’라는 첫 의문을 없애고, 그때부터는 확인하는 대신 대화하게 돼요.
네 가지 지렛대
이런 영향력 행사 수법은 새로운 게 아니에요. 소셜미디어가 생기기 훨씬 전부터 알려져 있었고, 로버트 치알디니가 이를 다뤘어요. 어느 것도 논리로 설득하지 않아요. 모두 한 가지 일을 해요. ‘누군가 내게 메시지를 보냈다’와 ‘내가 답장했다’ 사이의 시간을 줄이는 거예요.
첫 번째 지렛대는 먼저 베푸는 것이에요. 도움을 주거나, 유용한 것을 보내거나, 밤늦게 답장하는 식이죠. 빚진 기분이 들고, 다음 부탁이 공정한 거래처럼 들려요. 두 번째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압박이에요. 접근 권한이 사라지고, 신청이 만료되고, 오늘 답해야 한다고 하죠. 여기서 시간 부족은 이야기의 세부 사항이 아니라 수법 그 자체예요.
세 번째는 윗사람의 목소리예요. 고객 지원팀, 회계팀, 관리자, 보안팀 같은 이름을 내세우죠. 사람보다 역할이 더 중요하게 작용해요. 어색해서 좀처럼 확인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네 번째는 다들 이미 했다는 말이에요. ‘그룹의 다른 사람들도 보냈어요’, ‘다들 이렇게 해요’ 같은 식이죠. 다른 사람을 들먹이면 본질을 따져 보는 일이 생략돼요.
네 가지 모두에 공통된 신호가 하나 있어요. 보안 지식이 없어도 알아볼 수 있죠. 재촉하면서 동시에 무언가를 내놓으라고 해요. 코드, 파일, 접근 권한, 확인 같은 것들이요. 부탁 자체는 아주 사소할 수도 있어요. 중요한 건 무엇을 요구하느냐가 아니라, 그 순간 생각해 볼 시간을 빼앗긴다는 것이에요.
여기서는 속도가 정말 중요해요. 버라이즌의 데이터 유출 조사 보고서에서는 대부분의 사례에 사람이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고, 이메일을 연 뒤 링크를 클릭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몇 분이 아니라 몇 초였어요.
사기꾼은 왜 동료나 최근 여행을 언급할까요?
메신저로 온 긴급한 부탁을 확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출처
- 로버트 치알디니, 『설득의 심리학』
- 버라이즌 데이터 유출 조사 보고서,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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