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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돈은 왜 생겨났을까

Miqo 편집팀 · 출처 2개

지불하기 불편한 금속

10세기와 11세기 경계 무렵, 중국 쓰촨성에서는 철화가 유통됐어요. 이 지역에는 구리가 부족했고 철은 풍부했기 때문이에요. 철은 값이 쌌기 때문에 물건을 사려면 동전이 많이 필요했고, 동전 묶음은 수레로 옮기는 편이 나을 만큼 무거워졌어요. 큰 거래가 작은 이사처럼 변한 셈이었죠.

상인과 환전소가 해결책을 찾아냈어요. 동전을 보관해 달라고 맡기면, 금속 얼마가 어디에 보관돼 있다는 종이 영수증을 받는 방식이었죠. 영수증은 쉽게 접어 다른 사람에게 건넬 수 있었고, 사람들은 금속이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믿었기 때문에 그 영수증도 받아들였어요. 그렇게 동전 대신 영수증이 사람들 손을 오갔고, 동전은 그대로 보관됐어요.

1023년, 쓰촨에서는 이런 영수증의 발행을 국가가 맡게 됐어요. 민간 상점들이 잇따라 파산하면서 교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이 종이를 보관증이 아니라 돈이라고 부를 수 있는 시점이 언제인지를 두고는 역사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려요. 경계가 분명하지 않거든요. 하지만 기본적인 구조는 이미 갖춰져 있었어요.

  1. 금속을 맡겨요. 동전은 보관소로 가고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요.

  2. 영수증을 받아요. 얼마만큼의 금속이 맡겨져 있는지를 적은 종이예요.

  3. 영수증으로 지불해요. 판매자는 언제든 금속을 찾아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영수증을 받아요.

  4. 영수증이 계속 이동해요. 영수증은 사람들 손을 오가고, 금속을 찾으러 오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영수증이 금속보다 많아지는 이유

금속을 보관하는 사람은 영수증을 가진 사람들이 한꺼번에 찾아오는 일은 절대 없다는 걸 금세 알아차려요. 그렇다면 지하실에 있는 금속보다 더 많은 종이를 발행해도 한동안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겠죠. 이건 악의가 아니라 구조의 특성이에요. 약속은 쉽게 반복할 수 있지만 금속은 그럴 수 없으니까요.

중국은 이 길을 끝까지 갔어요. 몽골 왕조 때는 종이돈이 전국에서 유통됐고, 다음 왕조도 다시 시도했지만 또 너무 많이 발행했어요. 15세기 중반이 되자 종이는 유통에서 거의 사라졌고, 결제는 은으로 돌아갔어요. 유럽에서는 1661년 스톡홀름은행이 최초의 지폐를 발행했어요. 같은 이유였죠. 현지에서 결제에 쓰던 구리판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웠고, 가장 큰 것은 약 20킬로그램에 달했어요. 몇 년 뒤 이 은행도 지폐를 너무 많이 발행했고, 결국 문을 닫아야 했어요.

왼쪽은 영수증과 금속의 양이 대략 비슷해요. 표시가 있는 곳은 보유량보다 눈에 띄게 많은 종이가 발행된 지점이에요.

종이 자체는 변하지 않아요. 변하는 건 종이에 적혀 있지 않은 숫자 하나예요. 보유량을 넘어 같은 종이가 몇 장이나 더 발행됐는지를 나타내는 숫자죠.

그래서 종이돈의 역사는 발명의 역사가 아니라 신뢰의 역사예요. 영수증은 모두가 한꺼번에 확인하기 시작하기 전까지만 작동해요.

종이돈은 금속을 들고 다니기 어려운 곳에서 생겨났고, 물건 자체보다 약속이 더 편리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곳에 남았어요.

스스로 확인해 보세요1 / 2

사람들은 왜 무거운 동전 대신 영수증으로 지불하기 시작했을까요?

출처

  1. Richard von Glahn, 《중국 경제사》(2016)
  2. 1661년 스톡홀름은행 지폐에 관한 스웨덴은행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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