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은 호감보다 일정에 기대고 있었어요
친구가 어떻게 생겼는지 떠올려 보세요. 거의 언제나 매일 가던 곳에서 만났을 거예요. 학교, 기숙사, 첫 직장, 동네처럼요. 서로를 애써 선택한 게 아니었어요. 같은 장소에서 계속 마주치며 반복 속에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졌죠.
심리학자 제프리 홀은 아는 사람을 친구로 만드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측정해 보았어요. 함께 보낸 시간이 약 50시간이면 지인이 되고, 약 90시간이면 친구가 되며, 대략 200시간이면 가까운 친구가 되었어요. 한 문화권에서 진행한 한 연구지만, 대략적인 규모만으로도 많은 것을 설명해 줘요.
학교에 다니거나 누군가와 같은 사무실에서 일할 때는 그 시간이 하루의 부산물처럼 공짜로 쌓였어요. 서른이 넘으면 공짜 시간은 거의 남지 않아요. 만남 하나하나를 직접 만들어야 하고, 일과 이동, 아이, 그냥 누워 있고 싶은 마음과 경쟁해야 하죠.
친밀감에도 층이 있고, 그 자리는 무한하지 않아요
인류학자 로빈 던바는 사회적 관계를 서로 포개진 여러 층으로 설명했어요. 가장 가까운 몇 명이 있고, 그다음에는 더 넓은 원이 있으며, 그 밖에 친구와 지인이 있죠. 가까운 층일수록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자리는 더 적어요. 정확한 숫자는 지금도 논쟁 중이지만, 좁은 꼭대기와 넓은 바닥이라는 구조 자체는 여러 표본에서 반복돼요.
- ≈5명 가장 가까운 사람
- ≈15명 가까운 관계
- ≈50명 친구와 지인
- ≈150명 지인
여기서 서른의 효과가 나타나요. 안쪽 층은 커지는 게 아니라 다시 짜여요. 연인, 아이, 새로 가까워진 동료가 이미 누군가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차지하죠. 던바 연구팀의 조사에는 이런 관찰이 있어요. 연애를 시작하면 가까운 관계 안에서 평균 약 2명의 친구를 잃는다는 거예요. 덜 좋아하게 되어서가 아니라, 자리가 그만큼뿐이기 때문이에요.
다툼 한 번 없이 우정이 식는 과정
대개 한 번의 사건이 아니라, 매 단계가 사소해 보이는 연속적인 과정이에요. 겉에서는 멀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당사자에게는 운 나쁜 한 주가 이어지는 것처럼 느껴지죠.
공유하던 맥락이 사라져요. 누군가 직장이나 도시, 하루의 리듬을 바꾸면 함께 보내던 시간이 저절로 쌓이지 않아요.
만남이 일이 돼요. 연락하고, 시간을 맞추고, 이동해야 하는데 두 사람 모두에게 가장 급한 일은 아니에요.
약속을 미루는 일이 습관이 돼요. 두 번 연달아 미루고 나면 약속은 조용히 현실감을 잃어요.
침묵이 신호처럼 읽혀요. 공백을 바쁨이 아니라 거리감 때문이라고 해석하게 되고, 먼저 연락하는 일이 연락하지 않는 것보다 더 무서워져요.
어느 단계에도 서운함은 없어요. 그저 함께한 시간이 조금씩 빠져나갈 뿐이죠. 그래서 이런 우정은 대화로 끝나는 일이 드물어요. 이야기할 일이 없으니까요. 동시에 메시지 하나로 다시 살아나는 경우도 많아요. 서로 가까웠다는 걸 두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동안에는 이 과정이 되돌아갈 수 있으니까요.
서른 이후 우정은 왜 다툼 없이 자주 식을까요?
즉흥적인 만남이 어려울 때 우정을 이어 가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출처
- 제프리 홀, "친구를 만드는 데 몇 시간이 걸릴까?", 사회 및 개인관계 저널, 2019
- 사회적 관계의 층에 관한 로빈 던바의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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